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중고생 시절 열심히 읽었던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떠올랐다. 


역시 추리소설의 묘미는 반전에 있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결국 하룻밤에 다 읽어 버렸다. 


사랑에 빠져 완전 범죄를 꿈꾸는 천재 수학자와 

그를 막으려는 천재 물리학자의 두뇌싸움이 치열하다. 


주인공인 유가와 교수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하는거야.

단, 해답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치고 말이야."


추리 소설만 봐도 독자가 풀기 힘들게 문제를 만들었을 때 성공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성공한 추리 소설 작가가 적은 걸 보면

결국 사람이 풀기 힘든 문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은 일본(2008년)과 한국(2012년)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책을 읽고 난후 두 영화 모두 봤는데, 일본 영화는 원작 소설에 좀 더 충실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로, 유가와 교수는 "고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고찰이라는 것은 생각하고 관찰한 내용이라고 말이야.

실험 결과가 예상대로 나와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아.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된 것도 아니잖아.

실험하는 과정에서 자기 나름으로 뭔가를 발견해야 하는 거야. 생각을 좀 더 해서 쓰도록."


고찰이란 "자기 나름대로 뭔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 
즉, 단순한 관찰이 아닌 생각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가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과의 다음 대화도 의미가 있다. 


"모리오카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오토바이 레이스를 본 적 있나?"

"오토바이 레이스를 할 때 레이서들은 일정한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

지형이나 풍향에 따라서도 속도를 바꾸지만 전략적으로도 끊임없이 속도를 바꾸지.

어디서 속도를 줄이고 어디서 얼마나 가속할지.

그 순간적인 판단이 승부를 가르는 거야. 알아?"

"그건 아는데, 그게 수학이랑 무슨 상관이예요?"

"그 가속하는 정도가 바로 그 시점에서 속도를 미분하는 거야.

더 나아가 주행 거리라는 건 시시각각 변화하는 속도를 적분한 것이고,

레이스에서는 당연히 모든 오토바이가 똑같은 거리를 달리니까 이기기 위해서는 속도의 미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지.

어때, 이래도 미분과 적분이 아무 소용 없어 보이나?"

 

학창시절~ 쓸데도 없는 미분, 적분은 왜 배우는지 궁금했던 내게 필요한 답변이기는 했다. 


Posted by 마법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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