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염 휴식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프로야구.
열흘 넘게 KIA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번 주 첫 경기부터 유난히 관심이 많이 갔다.
그리고 이번 한 주 KIA 타이거즈 경기를 모두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은 선수는 단연 이의리였다.
설마 이의리가 마무리 투수로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156km 강속구로 생애 첫 세이브
폭염 휴식 이후 첫 경기였던 화요일 삼성전.
KIA는 3-1로 승리했다.
선발 올러가 6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반가웠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9회 마운드에 올라온 이의리였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를 새로운 마무리로 정한 것은 아니며, 삼성의 구자욱-최형우-디아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상대하기 위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9회에 올라온 이의리는 삼성 중심 타선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고 156km의 직구.
선발로 던질 때는 제구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1이닝만 전력으로 던지는 이의리의 공은 느낌부터 달랐다.
와~ 공이 진짜 세다.
마무리 투수에게서 기대하는 바로 그런 공이었다.

다음 날에도 위기에서 이의리
수요일 삼성전에서도 이의리는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다.
8회 2사 1, 3루.
타석에는 최형우.
한 방이면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의리는 다시 한번 위력적인 공을 던졌고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틀 연속 중요한 순간을 너무 깔끔하게 막았다.
이때부터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이의리가 마무리하면 안 되나?"
이의리가 쉬자 무너진 불펜
그리고 목요일 삼성과의 3차전.
앞선 두 경기를 모두 이겼기 때문에 오랜만에 삼성전 스윕까지 기대했다.
타선도 잘 터졌다.
하지만 이날은 이의리가 등판할 수 없는 날이었다.
결과적으로 불펜이 무너졌다.
정해영이 3점 홈런을 허용했고, 최지민도 다시 3점 홈런을 맞았다.
그래도 타선이 다시 점수를 내면서 8-7까지 앞서갔지만 마지막 9회 조상우까지 2점을 내주며 결국 8-9 역전패.
보고 있으면서 정말 허탈했다.
그리고 동시에 앞선 이틀 동안 이의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도 느껴졌다.
또 연패 시작인가 싶었던 금요일
그래도 삼성과의 3연전은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끝냈다.
그런데 금요일 두산과의 첫 경기는 시작부터 답답했다.
비까지 내리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냥 우천 취소되기를 바랐다. ^^
하지만 경기는 다시 시작됐고 결국 4-10으로 크게 졌다.
목요일 삼성전 역전패에 이어 다시 패배.
아... 또 연패 시작인가?
이번 시즌 KIA 경기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참 자주 든다.
한 번 분위기가 꺾이면 몇 경기씩 계속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요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58km, 그리고 또 9회
토요일 두산전.
양현종이 6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텨주고 타선도 점수를 차곡차곡 뽑으면서 KIA가 6-1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9회에는 또 이의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최고 구속이 무려 158km.
마무리 상황이 아니어도 9회에 이의리가 올라오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선발 이의리가 나오면 볼넷부터 걱정했는데...
이제는 9회 이의리가 나오면
"그래, 한번 던져봐."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참 야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일요일 2-1, 이번에는 진짜 세이브
그리고 오늘 두산과의 마지막 경기.
올러가 7이닝 1실점으로 정말 잘 던졌다.
하지만 KIA 타선도 두 점밖에 내지 못하면서 9회까지 2-1 한 점 차 승부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불안했던 순간은 8회말이었다.
1사 만루라는 엄청난 기회가 있었는데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올해 KIA 경기를 많이 본 팬이라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찬스 놓치면 꼭 다음 이닝에 역전당하던데..."
나도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9회.
또 이의리가 올라왔다.
이번에는 정말 한 점 차를 지켜야 하는 세이브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의리는 결국 2-1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두 번째 세이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대 중심타선을 막기 위한 카드"였던 이의리가 이제는 정말 마무리 투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KIA에 딱 필요한 투수
현재 KIA는 타선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고, 선발투수들도 최근에는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결국 불펜이었다.
앞서고 있어도 후반이 되면 불안했고, 특히 한 점 차 승부에서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150km 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이의리가 불펜에 들어온 것은 정말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즌 끝까지 마무리로 갈지는 모르겠다.
이범호 감독의 설명대로 상대 중심타선을 막는 카드로 계속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한 주만 놓고 보면 분명하다.
이의리가 나오는 순간 KIA 불펜의 느낌이 달라졌다.
이번 주 KIA는 삼성과 두산을 상대로 모두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폭염 휴식이 팀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상승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음 주 경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9회가 되면 또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으리으리한 이의리~
다음 주에도 시원한 강속구 한번 부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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